현대인에게 있어 뇌혈관 질환은 더 이상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스트레스, 고혈압, 당뇨, 흡연,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30~40대에서도 뇌혈관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뇌경색, 뇌출혈, 뇌동맥류는 자칫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각 질환의 차이와 치료 접근법을 알고 있다면 위급한 상황에서도 빠른 대응이 가능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 세 가지 질환이 어떻게 다른지,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그리고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를 실질적인 시선에서 풀어봅니다.
1. 뇌경색 - 뇌혈관이 막히는 병
뇌경색은 쉽게 말해 ‘뇌 속 혈관이 막히는 병’입니다. 피가 흐르지 않으면 뇌세포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손상되거나 죽게 됩니다. 뇌경색은 전체 뇌졸중의 약 70% 이상을 차지할 만큼 흔하게 발생하는 뇌혈관 질환입니다. 주로 동맥경화, 고지혈증, 심장질환, 당뇨와 관련이 깊습니다.
증상은 뇌의 어느 부위에 문제가 생겼는지에 따라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갑작스러운 편측 마비(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짐), 말이 어눌해지거나 말이 잘 안 나오는 실어증, 갑작스런 시야장애, 어지럼증, 균형감각 상실 등이 있습니다. 특히 증상이 몇 분 안에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일과성 허혈 발작(TIA)’은 경고 신호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치료는 시간 싸움입니다. 증상 발생 3~4.5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면 혈전 용해제를 투여하여 막힌 혈관을 뚫는 시도가 가능하며, 이 ‘골든타임’ 안에 치료를 받는 것이 예후를 결정짓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이후에는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 같은 약물치료, 혈압·혈당 관리 등 생활 습관 조절이 필수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혈전 제거 시술(기계적 혈전제거술)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2. 뇌출혈 - 뇌혈관이 터지는 병
뇌출혈은 뇌혈관이 터지면서 뇌조직 내에 출혈이 생기는 상태입니다. 뇌경색과는 반대로 혈류가 차단되는 것이 아니라 출혈로 인해 뇌조직이 손상되는 상황으로, 고혈압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고혈압이 지속되면 혈관 벽이 약해지고, 어느 순간 혈압이 급상승하면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열되는 것이죠.
뇌출혈은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며 빠르게 악화됩니다. 심한 두통, 의식 저하, 구토, 편측 마비, 발작, 시력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몇 분 안에 의식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출혈의 위치나 양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치료는 대부분 응급 상황으로 진행되며, 출혈량이 많거나 뇌압이 상승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약물로는 뇌압 조절제, 항경련제, 혈압 조절 약물 등을 사용하고, 이후에는 장기적인 재활과 관리가 필수입니다. 중요한 건 뇌출혈은 재발 위험도 높기 때문에 평소 고혈압 관리와 스트레스 해소가 예방의 핵심입니다.
3. 뇌동맥류 - 터지기 전 조기발견이 중요
뇌동맥류는 뇌 속 혈관의 일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합니다. 아직 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대부분 무증상이지만, 일단 터지게 되면 '지주막하출혈'이라는 치명적인 상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질환은 갑작스러운 극심한 두통으로 시작되며, 환자 본인조차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의 통증을 호소합니다. 의식 저하, 목 경직, 구토 등이 동반되며, 즉시 병원에 가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뇌동맥류는 MRI나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 등 정밀 영상검사를 통해 발견되며, 아직 파열되지 않은 경우라면 예방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치료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개두술을 통해 동맥류 목 부위를 클립으로 집어 터지지 않도록 고정하는 수술이고, 다른 하나는 혈관 내로 카테터를 삽입해 코일로 막아주는 색전술입니다. 후자는 몸에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조기 발견입니다.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 흡연, 고지혈증 등이 있는 경우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미리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뇌동맥류는 조용히 커지다가 갑자기 터지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증상이 없다고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뇌경색, 뇌출혈, 뇌동맥류는 비슷해 보이지만 발생 원인, 증상, 치료법이 확연히 다릅니다. 공통점은 빠른 대처가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이며, 차이점은 발생 기전과 치료 방식입니다. 평소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관리와 함께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생활 습관을 점검해야 합니다. “설마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은 가장 위험한 방심입니다. 오늘부터 내 혈관을 점검하고, 가까운 가족에게도 이 정보를 꼭 공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