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체취에 민감해집니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리는 계절이다 보니 샤워를 자주 해도 불쾌한 냄새가 다시 나는 경우가 많고, 주변 시선이 신경 쓰이게 되죠. 이런 현상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암내’입니다. 일상 속에서 ‘겨드랑이 냄새’ 혹은 ‘액취증’이라고도 불리는 암내는 단순한 땀 냄새와는 다르며, 여름철에는 특히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여러 원인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위생 문제로 오해하거나, 탈취제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여름철 암내가 유독 심해지는 이유를 땀샘 구조, 유전적 요인, 생활 습관 측면에서 자세히 살펴보며, 올바른 이해와 함께 적절한 대응법까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암내 발생원인
암내는 주로 ‘아포크린 땀샘’에서 분비되는 땀 때문에 발생합니다. 우리 몸에는 에크린(Eccrine)과 아포크린(Apocrine)이라는 두 가지 주요한 땀샘이 존재하는데, 에크린 땀샘은 주로 체온 조절을 위해 물과 염분 위주의 땀을 분비하는 반면, 아포크린 땀샘은 겨드랑이, 사타구니, 귀 등 특정 부위에 집중되어 있으며, 단백질과 지방 성분이 포함된 점성의 땀을 분비합니다.
문제는 이 아포크린 땀이 피부 표면의 세균과 만나 분해될 때 발생하는 휘발성 지방산이 바로 암내의 주된 냄새 원인이라는 점입니다.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한 환경으로 인해 아포크린 땀샘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그로 인해 분비물의 양도 증가합니다. 동시에 높은 온도는 세균 번식에도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냄새를 일으키는 화학 반응이 더 자주, 더 빠르게 일어나게 됩니다.
즉, 여름철의 높은 기온과 습도는 아포크린 땀샘의 분비를 자극하고 세균 번식을 가속화시키며, 암내 증상을 눈에 띄게 악화시키는 생리학적 환경을 조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겨울엔 거의 느끼지 못하던 냄새가 여름이 되면 도드라지게 느껴지는 것이죠.
2. 유전적 요인과 개인 체질
암내는 단순한 체질 문제가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유전적 요인이 명확히 밝혀진 질환입니다. 특히 ABCC11 유전자가 암내의 발생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유전자가 특정 형태로 변이를 일으킨 사람은 아포크린 땀샘의 분비 성분이 냄새를 유발하기 쉬운 구조로 바뀌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 특히 한국인과 일본인의 암내 발생률이 낮은 이유도 이 유전자의 분포 차이 때문입니다. 서양인의 경우 ABCC11 유전자 변이를 가진 비율이 높아 암내 환자 비율이 높으며, 동양인은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가족 중에 암내 증상을 겪는 이가 있다면 유전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마다 땀의 성분, 피부 표면의 세균 균형, 체모의 양 등도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겨드랑이 털이 많을수록 땀과 세균이 머무를 수 있는 면적이 넓어지고, 이로 인해 냄새 생성이 더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당뇨나 갑상선 질환, 호르몬 이상 같은 특정 질환도 아포크린 땀샘의 활동을 자극하여 암내를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체질적·건강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3. 생활습관과 외부 환경의 영향
여름철 암내 악화를 부추기는 세 번째 원인은 바로 우리의 생활습관입니다. 가장 흔한 예는 옷차림입니다. 땀을 흘린 상태에서 통풍이 되지 않는 합성섬유나 꽉 끼는 옷을 입을 경우, 체온이 높아지고 아포크린 땀샘 자극이 커지면서 암내가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운동을 하거나 야외 활동을 한 후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오랜 시간 땀이 말라붙은 채로 있으면, 세균 증식이 활발해져 냄새가 농축되게 됩니다.
음식도 중요합니다. 자극적인 향신료, 마늘, 양파, 고기 위주의 고지방 식단 등은 땀 성분을 변화시켜 암내를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체취에 영향을 주는 음식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자신에게 어떤 음식이 문제인지 파악하고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스트레스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정신적인 긴장이나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자극해 땀 분비를 촉진시키는데, 이때 분비되는 땀이 아포크린 땀샘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아 냄새가 동반되기 쉽습니다. 여름철 업무 스트레스나 무더위에 따른 불쾌지수 상승은 암내를 더 심하게 느끼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생활 속 작은 습관 하나가 암내의 강도와 빈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루 두 번 이상 샤워를 하고, 통기성이 좋은 면소재 의류를 입으며, 자극적인 음식 섭취를 줄이는 등 기본적인 관리만으로도 여름철 암내 문제를 크게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